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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빠공의 후예(2017.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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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13회 작성일 17-07-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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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식 3찬은 70년대, 내가 군에서 듣던 말이다. 병사들을 잘 먹이기 위해 매끼에 반찬이 3가지는 나오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국은 물론 따로 나왔다. 먹을 만 했다. 지겹도록 나오는 것은 콩나물국이었는데 콩나물이 얼마나 자랐던지 가지와 뿌리가 나고 심이 있어서 씹으면 삼키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동해안에서 많이 잡힌다는 도루묵은 풀어져 대가리와 뼈만 남았고 벽돌같이 단단한 두부는 콩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운 것이었다. 1주일에 한 번인가 나오는 조미육은 참 좋았다는 생각이다. 무슨 재료인지는 몰라도 갈아서 덩어리로 만든 냉동육인데 소주 한 잔 할 수 있다면 좋은 안주가 될 만 했다. 40년도 더 전의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21세기에 와서 1식 2찬이면 되고 그것도 옥상에 가꾸는 야채로만 해도 충분하다는 한 남편이 있다. 아내가 고등어를 구워 내자 한 마리 3천원인 비싼? 고등어를 왜 사느냐는 잔소리다. 진공청소기를 돌리면 전기코드를 뽑아버리고 빗자루와 쓰레기받기를 쥐어준다. 최근에 산 가전제품이 20여 년을 쓰다 바꾼 냉장고란다. 이들 가족이 죽을 때까지 다시 냉장고를 살 일은 없을 것이란다. 흐르는 물에 설거지를 하면 안 되고 아까워서 전깃불도 거의 켜지 않는 남편, 그에게도 시간은 흐르고 남은 인생은 줄어들고 있다.

아내는 힘들어한다. 해외여행이나 쇼핑은커녕 친구들과 어울려 카페에서 차 한 잔 하고 싶은데 꿈같은 이야기다. 이 아내가 받는 스트레스! 왜 사는지 모르는 인생, 그렇게 아껴서 이만큼 사는 것이야 감사하지만 자녀 공부시켜 다 출가시켰고 부부 둘이서 오순도순 살고 싶은데 장 본 영수증을 일일이 따져 검사하니 안 미치는 게 이상할 일이다. 아내의 소원?은 한 번이라도 백만 원쯤을 받아두고 살림을 살아보는 것이란다.

중국에 유달리 미신이 많다. 집집마다, 가게마다 돈 잘 벌려고 비휴(豼貅)라는 동물의 상을 두고 있다. 우리가 돼지 저금통에 동전을 모으던 것과는 다른, ‘복돼지’ 같은 것보다도 더 강한 의욕이 담겨있다. 사자처럼 생겨 보이는 비휴는 먹는 입은 있어도 배출구가 없어 들어온 돈은 절대로 나갈 수가 없는 동물이다. 나가지 않으니 다 모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어리석지만 부자 되고픈 염원이야 말릴 수 없는 일이다. 

발열을 일으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야생진드기는 사람이나 소의 피를 빨아먹는다. 이놈도 입은 있고 배출구는 없어서 몸뚱이가 점점 커진다. 소의 배에 들어붙은 이 흡혈귀는 눈곱만한 놈이 아주까리처럼 커진다. 덩치가 얼마까지 커질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살에 처박은 입은 떼어내기조차 힘들다. 그렇게 먹고 배설을 안 해도 사는 것이 요상하다.

배출하지 못한다면 행복할까? 먹기만 하고 내어 놓지 않으면 건강할까? 모든 가두어진 것은 정체되고, 썩는다. 교류가 없으면 발전하지 못한다. 생물도 이종교배를 해야 우생(優生)이 된다. 경제도 그렇다. 벌기만 하고 쓰지 않는다면 재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면 재생산도 어렵게 된다. 비워야 채우는 법이다. 모우기만 하고 내놓지 않는 사람을 수전노(守錢奴)라고 한다. 작가이자 배우인 몰리에르의 희곡 ‘수전노’에는 ‘돈이면 다’인 인생을 사는 ‘아르빠공’의 외침이 나온다. "나는 돈이 좋아. 돈은 나를 배신하지 않으니까. 돈이면 다 되잖아!" 단기 4000년에 적은 이 희곡이 350년 후, 오늘날의 인간들을 비웃는다. 장관하겠다고 나온 사람도 아르빠공 같다. 우리가 아르빠공의 후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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