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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리사(2019.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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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회 작성일 19-10-01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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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세의 아가씨라는 리사는 다마스쿠스에서 근무하는 미군 상사란다. 성은 킴인데 어려서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죽자 미국으로 보내졌고 한국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의 집에 입양되어 잘 자랐단다. 어쩌다 페이스북에서 온 메신저를 받았는데 그녀와 나눈 이야기 때문에 며칠을 힘들게 보내고 있다.

 

현지에서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동료들이 더러 죽어 나간다는 것이다. 자기도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 언제 벗어날지 모르는 공포의 현지 상황, 그래서 두려움이 병적으로 몰려온단다. 입대한지도 오래되어 권태기에 들기도 했을 터. 이 고통에서 벗어나 한국으로 가서 사업을 하며 피붙이들을 찾아보아야 한단다. 어릴 때 아껴주시던 할머니는 기억에서 지워졌지만 꼭 돌아가시기 전에 만나보고 싶단다. 얼마나 보고 싶겠는가? 도와달라고 한다. 이를 어쩌나?

 

일단은 도와주겠다고 했다. 제대를 하고 한국으로 오면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면서 살 곳과 사람을 찾을 방법을 함께 연구해 보자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짐을 좀 미리 보낼 수 없느냐고 묻는다. 그게 무어 어렵겠는가? 그런데 무슨 짐을 보내려 하느냐니까 미군 넷이서 임무수행 중에 획득한 돈을 나누었는데 자기 몫이 8백만 불, 현찰로 보관중이며 이를 외교행낭으로 먼저 보내고 내가 잘 받았다고 확인해 주면 전역신청을 하고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하루라도 빨리 전역하고 싶으니 돈을 받아 달라는 것. 사례를 듬뿍 하겠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는다. 둘만의 비밀임으로 간곡히 지켜 달라하고.

 

몇 해 전에 한 미군 장군이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자고 하기에 황송해하며 답을 보낸 적이 있다. 정복을 입은 장군의 사진, 그가 근무하는 방에서 찍은 모습도 보인다. 어깨의 별이 멋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엔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장군이 얼마나 한가하기에 페북으로 친구 신청을 해? 의심하니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도 친구하자며 많은 미군의 사진이 올라온다. 다마스쿠스에서, 알레포에서. 리사는 자신을 확인 시켜 주겠다며 여권을 찍어 보냈다. 정복을 입은 사진, 훈련복을 입은 사진, 모습은 영락없는 한국 여자, 순이다.

 

다른 것은 다 도와주겠는데 돈은 들어올 때 직접 가지고 오라했다. 돈을 부치면 세관에서 검사를 하니 직접 가지고 오면서 어떤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대답을 듣고는 섭섭해 한다. 하나님과 여군, 눈물,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려울 때 힘든 사람을 돕는 것에 주저하지 말라며...... 내가 비정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녀가 보낸 메시지다. “현지 사정이 갈수록 나쁘다. 사람들은 폭력적이고 미군을 목표로 공격해 우리가 더러 죽는다. 여기 사정을 몰라서 이해하기 어렵지만 오죽하면 여군이 울겠는가? 우는 여군을 보고도 돕고 싶지 않느냐? 오늘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슬피 울었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내가 슬퍼할 때면 위로하고 달래주던 그 친구를 엊그제 잃었다. 이제 다시는 그 친구를 볼 수 없다. 내 인생의 가슴 찢어지는 사정을 듣고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냐? 그러면 당신은 피도 눈물도 인정도 없는 사람인가? 눈물이 앞을 가려 더 적지를 못한다. 잠시 후에 산악으로 작전을 나가야 한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괴롭게 했다면 미안해요.”

 

이날 그녀는 죽었다는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을 보냈다. 그리고는 끝이다. 어떻게 하지? 내 눈물은 마르지 않았는데......

 

오래전에 신문에서 본 만화 한 컷이 생각난다. 앞발로 키보드를 두드리는 개가 하는 말, “히히히, 저쪽에선 내가 개인 줄을 상상도 못할 걸,,,,,” 그녀가 리사가 아니면 누가 사진을 올리고 페이스북을 꾸몄지? 리사의 여권은 어디서 나고? 누가 왜 그럴까? 8백만 불의 돈을 받아 보관해 주면 얼마간에 고물이 떨어질 것이다. 욕심을 내어봐? 인생이 조로포말(朝露泡沫)인 줄을 알면서도 버리지를 못하니 이를 어쩌나.....  미안해요, 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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