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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예찬(2020.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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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0회 작성일 20-01-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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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마한 몸뚱이 위에 철길 같아 보이는 긴 두 줄이 있어 그게 무어냐고 물으니 젓가락이라 하더란다. 그림을 잘 그리는 어떤 사람이 한 스님의 인상을 스케치해서 준 그림 이야기다. 몸뚱이보다 큰 젓가락? 팔보다 긴 젓가락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있다. 젓가락질을 잘해서 손재주가 많다? 한국인의 섬세함과 정교한 기술력을 자랑삼아 표현할 때 쓰는 자찬사(自讚辭). 예전에 중국영화에 등장했던 긴 젓가락은 공격과 방어의 무기로도 쓰였다. 젓가락 위에 접시를 얹어 돌리는 것은 재주에 들지도 않았다. 그러니 한국인이라고 특히 젓가락질을 잘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는 스님 일행과 식사를 하면서, 아니 공양을 하고는 설거지 이야기로 이어져서 대화가 만발했다. 음식 만들기는 재미있는데 식후에 설거지는 귀찮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요리라고는 라면 끓이기와 계란 스크램블 정도가 실력인 나는 별로 할 말이 없어 설거지 감을 줄이려 노력한다고 했더니 예를 들어보란다. 계란 스크램블은 반숙 프라이를 하다가 뒤집기에 실패해서 으깨어 버린 것이지 처음부터 의도했던 작품은 아니다.

 

절에서는 발우 공양을 한다고 들었다. 발우(鉢盂)라는 목기 밥그릇으로 식후에 밥풀까지 남김없이 씻어 먹고는 깨끗이 닦아 개인장구로 관리한단다. 마치 사람들이 자기 칫솔이나 안경을 관리하듯이..... (수련)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아야 하고.

 

밥 먹은 그릇에 숭늉을 부어 먹는 일은 당연했다. 그 그릇에 커피를 부어 마시면 안 될까? 이것을 질문하고 의견을 들어 보았다.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는 안하겠다는 사람과 그러면 무슨 맛으로 먹느냐? 커피는 커피 잔에 먹어야만 한다는 사람..... 분분하고 다양했다. 나는 빈 밥그릇에 물이나 국을 덜어, 식혀 먹는 경우가 흔히 있다. 뜨거운 것을 후후 불며 기다리느니 부으면 금세 식어, 바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식후에 나오는 커피믹스 한잔은 너무 달고 약간 양이 많다. 절반정도를 빈 밥그릇에 덜어 마시고 나머지는 컵에 그대로 남긴다. 다른 사람이 필요하면 먹을 수 있게 하려는 배려다. , 설거지 감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커피는 커피 잔에, 와인은 와인 잔에, 막걸리는 막걸리 잔에 먹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에 있는가? 이들을 빈 밥그릇에 부어 마시면 안 된다는 법은 어디에 있는가? 밥그릇은 빵이나 스테이크, 피자나 스파게티를 즐겨 먹는 나라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 숟가락, 젓가락도 나라마다 제각기 모양이 다르지 않은가. 아직도 맨손으로 집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리 저리 해 오다가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습()이다. 그래서 문화권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시간이 더 흘러 새로운 도구나 음식이 생기고 생활양식이 달라지면 지금의 습이 어색해져서 고쳐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젓가락 스님의 이야기는 어느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이다.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고 있는데 옆에서 포크와 나이프를 써야하는 것이라며 왼손에 포크로 찍고 오른손에 나이프로 자른 후, 다시 오른 손에 포크로 찔러(?) 먹으라 하더란다. 젓가락이 편하다고 했더니 젓가락이 몸통보다 크게 클로즈업 된 캐리커처를 그려 주더라는 것.

 

팔보다 긴 젓가락 이야기는 일찍이 들어서 알고 있다. 팔보다 긴 젓가락으로 집은 음식을 제 입에 넣지 못해 애태우는 사람들이 사는 곳과 서로 먹여주며 즐겁게 먹고사는 이웃이 있었다니 팔보다 긴 젓가락은 천국과 지옥을 구분하는 도구다. 문제는 손이나 포크, 젓가락이 아닌 것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나온 이래, 세계는 첨단 정보기술을 다투어 개발하고 있다. 우리 인간들이 유익하고 편리하며 안전하고 안락하게 살고자 하는 것 일게다. 그렇다면 정보기술이 바로 우리가 먹고 살 젓가락이다. 정보기술 젓가락으로 아등바등 내입에만 넣으려 한다면 거기가 바로 동물농장이고 실낙원 아니겠는가?

 

장수촌 오키나와에는 '하라 하치 부(はらはちぶ)'라는 말이 있다는데 '허리띠를 풀기 전에'라는 뜻으로, 배가 부르기 전에 젓가락을 놓는다고 하니 가늘고 긴 목과 다리만큼이나 홀쭉한 배를 유지하는 천년 학()의 지혜와도 닮았다. 숟가락이나 포크 대신에 젓가락으로 느리게 식사하는 것도 상지(上智)라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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