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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思)계절 - 몸에 밴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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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955회 작성일 09-01-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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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유타대 레저학과 박사과정

미국이나 유럽 유명 관광지의 상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외국인 종업원, 혹은 외국공항 관계자들은 한국 인사말인 ‘안녕하세요’보다 더 잘 하는 한국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빨리 빨리’라는 표현이다. 그들은 ‘빨리 빨리’라는 말만 들어도 한국사람으로 금새 알아보고, 또한 하도 많이 들어서 정확하게 발음한다고 한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도, 먹고 나갈 때도 ‘빨리 빨리’, 상점에서 쇼핑할 때도, 나갈 때도 ‘빨리 빨리’, 공항에서 수속할 때도, 수속받고 나갈 때도 ‘빨리 빨리’, 어디서든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릴 때도 ‘빨리 해 달라’는 부탁을 종종 한다. 앞서 가는 차가 천천히 가면 왠지 답답하게 느껴지고, 마트 계산대에서 앞 사람의 행동이 늦으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큰 한숨이 나온다. 그렇게 늦지 않은 상황인데도, 워낙에 입에 붙어서 그런지 저절로 나온다 “빨리 빨리”. 한번 말하는 경우는 드물다. 늘 두번 반복한다. “빨리 빨리”. 비행기나 버스, 지하철을 타서도 ‘빨리 빨리’ 자리 잡으려 하고, 안전밸트 매는 순간부터 ‘빨리’ 운행하길 바라고, 자리에 앉는 순간, 마음은 벌써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한국 분들도 ‘빨리 빨리’ 읽으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이런 급한 성격은 한국 사람만의 장점으로 볼 수도 있다. 보다 작고, 보다 신속하고, 보다 편리한 통신기기들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한 몫 했다고 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급속성장’이 이루어져, 짧은 현대사에서 국민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외화를 많이 벌어 들였다며 긍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렇게 보니, ‘빨리 빨리’ 문화는 다른 나라에선 찿아보기 힘든, 현대 한국민의 특성일 수도 있겠고, 경제 발전에 일면 도움이 되기도 했다는 시각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 사람들은 (모두는 아니지만) 대부분 어딜가나 빨리 빨리 눈치있게 행동하는 것 같다.

  서양 사람들은 일을 서두르기 보다는, 바쁠 때 일수록 침착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여러번 보았다. 특히 미국의 ‘기다림의 문화’는 Patient 라고 표현하기도 하고, Take it easy, Laid back, 혹은 Slow down 이라며, (내가 보기에) 상황이 급한데도, 오히려 안정하고 침착하게 행동한다. 우리 속담에 ‘급할수록 돌아라가’는 표현처럼, 미국에는 ‘Haste makes waste’ (서두르면 일을 그르친다) 라며, ‘빨리’하기 보다는, ‘신중’하게 하길 권면한다. 기다리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교양이 없거나, 덕스럽지 못하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계산대에서 차례를 기다릴 때, 내가 급한 모습을 보였더니, 미국사람이 상당히 이상한 눈빛으로 흘겨 본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나는 (비록 속은 타들어 가지만) 급하지 않게 보이려고 태연히 서 있는다. 그런데 옆에서 보던 한국 친구말이 “그래도 얼굴에 표가 난다”고 하며 웃는다. 아직은 몸에 배지 않았나 보다.

  ‘미국 땅에 살기 때문에’ 라는 이유로, 반드시 미국 문화를 따를 필요는 없다. 한국 문화에는 다른 문화에서 찿아볼 수 없는 미풍양속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우는 침착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좋은 문화의 일면을 가르쳐 주었다. 한국 교통사고의 약 80% 이상이 급하게 서둘다가 일어난 경우였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여러 행사와 모임, 그리고 쇼핑으로 겹쳐지는 연말연시. 어딜가나 사람도 많고, 차도 밀린다. 게다가 추위에 길도 많이 미끄럽다. 마음은 더욱 조급해지지만, 그럴 때 일수록 마음을 침착하게 갖는 여유가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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